[여의도풍향계] 헌정사 첫 국무위원 탄핵소추…막 오른 '헌법재판소의 시간'
[앵커]
국회에서는 75년 헌정사 처음으로 기록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인데요.
대통령과 법관이 아닌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주 여의도풍향계에서 들여다봤습니다.
[기자]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장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장면입니다.
야3당이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이 장관 탄핵을 추진한 결과인데요.
당시 국회 출입기자들은 표결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시시각각 지켜보느라 분주했습니다.
본회의 상황, 어땠을까요?
국민의힘은 탄핵안을 본회의 안건으로 올리면 안된다고 맞섰는데요.
반면 민주당은 대정부질문보다 탄핵안 표결을 먼저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야당 주도로 '의사일정 변경의 건'을 통과시켰습니다.
이후 속전속결이었습니다.
"총투표수 293표 중 가 179표, 부 109표, 무효 5표로서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 탄핵소추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여당 의원들도 표결에 참여해 반대 표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수적 열세를 극복할 수는 없었습니다.
대정부질문 출석을 위해 국회에 와있던 이상민 장관, 직무가 즉시 정지됐습니다.
대기실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안 결과를 지켜본 뒤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격앙된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의회주의의 포기입니다.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입니다."
"민주당은 헌법을 무시한 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탄핵했습니다. 입법독재란 말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야당은 이 장관 탄핵은 사필귀정이란 입장으로 맞받았습니다.
"진심 어린 공식적 사과와 정치적, 도의적 책임마저 거부한 윤석열 정권이 스스로 초래한 결과입니다."
대통령실이 '의회주의의 포기'라 평가한 점도 문제삼았습니다.
"민주공화국 대통령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되지 않도록 말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탄핵'이 무엇이길래 이처럼 정국이 들썩이는 걸까요.
한자를 보면 '힐책하고(彈) 꾸짖는다(劾)'는 의미입니다.
일반적인 절차로 징계하기 어려운 공무원에 대해 국회가 헌법재판소에 파면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제도입니다.
이 장관 탄핵안이 국회의 문턱은 넘었지만, 더 넘어야할 관문들이 남아 있습니다.
먼저 '여당 법사위원장의 벽'입니다.
탄핵안 가결 이튿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탄핵소추의결서 정본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면서 심리가 사실상 시작됐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소추의결서를 받은 뒤 180일까지 탄핵안을 심리하게 돼 있습니다.
"(민주당이 원하는 적극적 역할은 사실상 힘들지 않겠나?) 소추위원 법적 지위 때문에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활동할 수 밖에 없고, 아닌 걸 맞다고 할 수도 없고요."
법사위원장은 형사 재판의 '검사' 역할과 같은 소추위원을 맡는데요.
야당 주도로 통과된 탄핵안에 대해, 여당 소추위원의 주장 하나하나가 심판의 변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업무 문제나 도덕성 문제 등으로 물의를 일으켜 스스로 물러난 고위공직자들 많이 보셨을 겁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그 정치적 책임을 물어 총리나 장관을 교체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요.
그러나 탄핵은 법률적 책임을 묻는 절차입니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안, 국회를 넘어 '헌법재판소의 문턱'까지 넘을 수 있을까요.
여당은 이 장관의 일부 언행은 부적절했지만 파면까지는 아니라 맞섰습니다.
"참사 발생 후 장관의 일부 언행이 부적절했다고 볼 수는 있지만, 이것을 중대한 법 위반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이에 헌법재판소가 이 장관을 파면할 만한 법적 근거를 어떻게 어느 수준으로 판단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야당은 탄핵 사유는 충분하단 입장입니다.
"피소추자인 이상민 장관은 재난예방 및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 공직자로서 성실의무를 위반한 책임…."
그러나 이 장관 탄핵심판의 향배는 야당에게도 큰 정치적 부담입니다.
앞서 민주당내에서도 이 장관 탄핵안 기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탄핵안 발의를 당론을 채택하는 문제가 미뤄지기도 했었습니다.
탄핵안 인용은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이 심리에 참여하고, 이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합니다.
이 중 이선애·이석태 재판관이 다음달과 4월 각각 퇴임을 앞두고 있습니다.
후임 재판관 임명이 늦어져 재판관이 7명만 남아있을 경우엔 일정이 지연돼, 심판 기간 180일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부터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나오기까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에는 63일 만에 기각 결론이,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91일 만에 인용 결정이 나왔습니다.
2021년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경우에 180일을 훌쩍 넘긴 267일 만에 각하 결정이 나왔습니다.
이번 이상민 장관에 대한 헌재 결과는 언제, 어떻게 나올까요.
어떤 시기에 어떤 결과라도 후폭풍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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